✨ 오늘의 사연자
- 닉네임 : Sally
- 나이 : 만 23세
- 영화 성향 : 로맨틱, 코미디
- 현재 하는 일 : 대학생, 취업준비생
- 하고 싶은 일 : PM
- 최근 본 영화 : 인사이드아웃2
- 인생 영화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잘 모르겠어요.
👀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 Sally :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둔 취준생 Sally입니다. 요즘 취업준비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조급한 마음에 매일같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데도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에요.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데, 저는 아직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괜히 죄송하고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도 해요. 그냥 모든 걸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은데, 그런다고 제 마음이 편해질지도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취업이 된다고 한들, 인생의 종점도 아닐 텐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나아가서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힘을 낼 원동력을 찾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영화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슬픈 영화도 좋아요. 울면서 이런 막막한 감정을 잠시나마 해소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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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안녕하세요. 에디터 Joy입니다. 취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취업시장이 많이 얼어붙었잖아요. 통제할 수 없는 미래가 있다는 건 사실 정말 힘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취준을 겪은 지 아직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그 당시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던 영화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2022년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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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울 때, 또는 반대로 과거가 후회될 때 보면 참 좋은 영화 같습니다.
누군가의 리뷰를 인용해서 간단히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엄마가 딸의 극단적인 베이글을 막기 위해
눈알을 붙이고 세상을 사랑하는 영화'
라고 할 수 있어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관람하시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극단적인 베이글’과 ‘눈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더 자세한 설명은 뒤에 이어서 전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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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우측에서 두 번째)과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조이(조부투파키, 왼쪽에서 첫 번째)>
👩 Joy : 우선, 주인공은 에블린과 그녀의 가족들입니다. 영화는 평범한 세탁소 주인인 에블린과 가족들이 국세청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시작돼요. 에블린은 뜬금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남편 웨이먼드, 사실은 다른 평행 우주 속의 “알파"웨이먼드를 통해 다중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후 갑작스럽게 다중우주를 위협하는 거대한 악, 조부투파키를 맞닥뜨리며 이야기는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조부투파키는 또 다른 평행우주의 에블린의 딸, '조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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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베이글 (Everything Bagle)>
👩 Joy : 이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 중 하나는 '베이글'입니다. 악당 조부투파키는 모든 평행우주를 경험한 존재인데요. 하나의 베이글 속에 그녀가 겪은 모든 우주 속의 모든 가능성과 선택, 경험, 지식을 집어넣어 "모든 것의 베이글(Everything Bagel)"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영화 속 베이글은 허무주의를 상징하고 있어요. 조부투파키는 모든 평행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오히려 ‘존재’한다는 것에 무의미함을 느끼고, 모든 평행 우주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이글이라는 하찮은 물체에 넣어버리죠.
이는 사연자님이 느끼는 막막함과 무력감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오랜 취준 생활로 스스로가 별거 아닌 존재 같다고 느껴지고, 번번이 탈락하는 스스로에게 무력해지며 급기야 왜 취준을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삶의 이유, 존재의 가치까지 의문이 드는 그 감정들이 영화 속 베이글(허무주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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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극 중 조부투파키는 극한의 허무한 감정을 견디지 못해, 어떤 평행우주에서는 돌멩이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삭막한 절벽 위에서 아무 의미 없이 존재하는 돌멩이가 된 것을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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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도 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으신가요? 저는 가끔 너무 힘들고 지칠 때면 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실제로 왼쪽과 같은 짤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요. 또 반면에 저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함께 유명해진 이야기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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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돌이 되고 싶다는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딸을 보고 엄마가 보낸 카톡이라고 합니다.
그래
담 생에는 돌로 태어나거라
존재감 없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돌로 태어나거라
…(중략)
근데
너무
너무
슬플것같다
담 생에도 엄마 딸로 태어나주면 안되겠니?
그땐 연습이 되어 더 잘 해줄 수 있을텐데~~!!
…(후략)
에블린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영화에서 에블린은 돌이 되어버린 조부투파키를 설득하고자, 무한번의 시도 끝에 조부투파키와 함께 돌멩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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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그리고 그 순간, 에블린의 돌멩이에는 가짜 눈알이 생깁니다.
원래 돌멩이는 무의미한 존재이기 때문에 눈알이 있어서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존재인데 말이죠. 그녀의 딸이자 악당, 조부투파키를 마주보고싶은 에블린의 마음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무의미한 돌멩이에 무의미한 가짜 눈알이 달리며 영화는 끝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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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사실 가짜눈알은 영화의 초반에서부터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에 의해 계속 등장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세탁소의 옷과 세탁기 등 온갖 사물에 눈알을 붙이는 행동을 하며, 에블린을 답답하게 만드는데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렇게 장난을 치지 못해 안달인 걸까요? 이 때문인지 에블린은 답답하고 매사에 장난스러운 남편 웨이먼드를 불신하고, 못마땅해합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가짜 눈알’이 ‘다정함'을 뜻한다고 생각 들더라고요. 무의미한 사물에 무의미한 눈알을 붙이는 행위자체가 웨이먼드가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반증하는 것만 같습니다.
영화가 끝으로 치닫는 순간, 모두가 싸울 때에도 웨이먼드는
“왜 싸우는 거예요? 제발 서로에게 친절해지세요” 라고 고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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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에블린은 웨이먼드에게 계속해서 “가짜 눈알 붙이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해왔지만, 결국 조이를 구하기 위해 무의미한 돌멩이에 무의미한 가짜 눈알이 생겨나게 하기도 하고요. 극의 후반에서는 이마에 가짜 눈알을 붙이고 조이를 구해냅니다.(다소 유쾌하고, 장난스럽고, 다정한 방식으로요.) 에블린이 그토록 불신하고 과소평가했던 남편 웨이먼드가, 결국엔 다정함으로 가족을 지켜왔다는 것을 깨닫고, 웨이먼드의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죠.
결국 허무함의 끝이었던 거대한 베이글에 먹히지 않도록 도와준 건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가짜 눈알이었습니다.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가짜 눈알이, 유의미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베이글과 가짜 눈알, 생김새도 비슷하지 않나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베이글을 통해 우리 인생에 반드시 존재하는 어떤 거대한 허무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짜 눈알을 통해 조그마한 다정함과 사랑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 말하고 있어요. 이 무의미한 세상도, 함께 살아갈 ‘너’가 있어서 충분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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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에블린은 극 중에서 여러 평행우주 속 유명한 영화배우로서의 자신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결국 조이를 구해낸 건 여러 평행우주 중에서도 가장 평범하고 어쩌면 가장 불행해 보이는 세탁소 사장 에블린이었죠. 아무것도 되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녀의 가능성이 상황을 타개할 열쇠가 되어주었던 거예요.
유명한 영화배우 에블린이 아니라 세탁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던 에블린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고 결국 조이를 구해냈듯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지금의 우리도 결코 하찮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라도 되었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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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 : 영화의 끝에서 조부투바키(딸, 조이)는 "뭐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 왜 그런 곳으로 가지 않는 거야?"라고 묻습니다. 이에 에블린은 "그럼 소중히 할 거야, 그 한 줌의 시간을" 이라고 대답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우리의 인생은 끝없는 목표의 설정과 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Sally님이 이러한 과정에서 허무한 마음을 느끼시는 것도 십분 이해해요.
그러나 한 줌의 시간은 순간이기 때문에 허무하지만, 또 순간이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특별한 인생'의 정의를 과연 누가 내릴 수 있을까요? 이 허무한 순간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인생을 이 영화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 있게 바라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추천드린 영화가 마음에 드셨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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